민원24는 국민 누구나 행정기관 방문없이 집·사무실 등 어디서든, 24시간 365일 인터넷으로 필요한 민원을 안내받고, 신청하고, 발급·열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이 무색하게 민원24를 이용하기는 매우 어렵다.
민원24 사이트에 접속하면, 먼저 “현재 맥 OS X 10.4 / 10.5의 사파리 3.X에서만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제공됩니다.”라는 안내창이 뜬다. 현재 OS X 최신 버전이 10.10이므로, 무려 5단계나 뒤쳐진 셈이다.
↑ 10.4와 10.5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OS X 10.5는 무려 2007년에 출시되어 2009년에 지원이 종료된 운영 체제이다. 2007년은 3.5인치짜리 오리지널 아이폰이 처음 나온 해이고, 2009년은 우리나라에 아이폰 3GS가 처음 출시된 해이다. 4.7인치짜리 아이폰 6가 판매되고 있는 지금에 비하면 정말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인데, 민원24를 정상적으로 이용하려면 그 시절 쓰이던 운영 체제를 사용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OS X 10.5가 설치된 컴퓨터를 찾아보자. 이 운영 체제의 시스템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다.
- 인텔 프로세서, 또는 파워PC G4 (867 MHz 이상), 파워PC G5 프로세서
- DVD 드라이브
- 512 MB 이상의 RAM (1 GB 이상 권장)
- 9 GB 이상의 하드 디스크 공간
(무려 파워PC를 지원하는) 10.5 레오파드가 돌아가는 컴퓨터는 다음과 같다.
↑ iMac G5
↑ PowerBook G4
↑ iBook G4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애플 박물관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놀라지 마시라. 이 기기들이야말로 민원24가 가장 원하는 맥의 모습일 것이다.
박물관 탐방은 이쯤에서 마치기로 하고, 다시 민원24에 접속을 시도해보자. 접속하면 똑같이 팝업이 뜨는데, 이번에는 무언가 파일을 하나 다운로드받는다.
↑ 이 파일의 정체는 무엇인가?
DMG 파일을 열어보면,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XecureWeb이라는 이름이 보인다. XecureWeb이 무엇인가 하면, 무려 보안 솔루션 되시겠다.
↑ 너무나도 보안이 완벽한 나머지, 컴맹들의 컴퓨터에는 설치조차 제대로 안 되는 듯하다.
비록 컴퓨터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식in에 질문하는 사람들보다는 얄팍한 지식이나마 더 알고 있기에 별 걱정 없이 XecureWeb 설치를 시도했다. 하지만 나 또한 그들과 같은 컴맹에 지나지 않았음을 XecureWeb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 “확인되지 않은 개발자가 배포했기 때문에 열 수 없습니다.”
아아… 너무나도 아쉬운 일이다. 한국에는 애플스토어 하나 안 열어줄 정도로 한국을 무시하는 애플이, 15년 간 900여 고객사에서 검증된 암호 솔루션조차 알아보지 못하고 ’확인되지 않은 개발자’로 치부해버리고 있다.
↑ 이런 보안 덕후들...
결국 스스로가 컴맹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XecureWeb을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천만하게 민원24를 사용하기로 했다. 다시 사파리를 열어 민원24를 사용하려 하는데…
↑ 아.무.것.도.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다. 민원24는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감히 15년 전통의 XecureWeb도 설치하지 않고 민원24를 이용하는 것은 아예 국민으로 취급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대체 홈페이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짐작이라도 해보고 싶어 HTML 소스 보기를 시도했지만, 민원24는 XecureWeb이 없는 나에게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 안알랴줌
결국 민원24를 이용하고자 했던 나의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분명 민원24는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고 했으므로, 앞으로 누군가 사상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면 “김정은 개새끼 해봐” 대신 “민원24 들어가봐”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