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아이즈에서 기사를 읽다가 눈에 띄는 댓글을 발견했다. 김태호 vs 나영석│② 김태호의 10년 vs 나영석의 10년이라는 글이 자신의 글을 "카피"했다는 댓글인데, 그 근거를 본인의 블로그에다 올려놓았다. 표절의 대상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글은 김태호 vs 나영석 - 누가 더 쿨하냐?이고, 해당 주장을 정리해놓은 글은 연예 매체 ize에서 글을 베껴감 - 이틀 전의 글과 제목까지 같음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태호 PD가 주로 사회 이슈를 녹여낸 방송을 내보내는 데에 반해 나영석 PD가 여행과 일상을 소재로 방송을 만든다는 점은 이미 여성동아[각주:1], 주간조선[각주:2] 등에서 다룬 바 있다. 또한 두 사람 모두 유명 PD라는 점 때문에 둘을 비교하거나 둘을 함께 언급하는 글이 수도 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따라서 아이즈의 기사가 본인의 블로그 글을 표절했다는 네이버 블로거 김연필 내지는 트위터 이용자 v0tr1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삼시세끼 나영석 vs. 무한도전 김태호 http://news.donga.com/Culture/more29/3/all/20160120/76024045/1#replyLayer#csidxe264bda84bd10bd888781d047dbf94a [본문으로]
  2. 김태호 vs 나영석 웃음을 해부하다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10&nNewsNumb=002378100027 [본문으로]

지난 3월 3일, 고발뉴스는 아이폰에 감시 및 감청 여부를 알려주는 기능이 추가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테러방지법 통과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 9.3버전에 감시, 감청 여부를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일 <아시아경제>에 따르면 레딧(Reddit) 사용자인 매그네틱스(MaGNeTiX)를 인용해 매셔블은 2일(현지시간) 아이폰 최신 iOS9.3 버전은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아이폰이 감시되고 있는지 여부를 알려준다고 보도했다.

감청 여부 메시지는 아이폰의 잠금화면이나 ‘어바웃(About)’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청을 당할 경우 잠금화면에는 “이 아이폰은 당신의 조직에 의해 관리되고 있습니다.(This iPhone is managed by your organisation)”라는 메시지가 뜬다.

어바웃 화면에는 “당신의 아이폰 감독자는 당신의 인터넷 트래픽과 기기의 위치를 모니터할 수 있다.(your iPhone’s supervisor can monitor your Internet traffic and locate your device)”라고 좀더 자세한 설명이 표시된다.

- 애플 ‘감시 여부 알림’ 기능 추가…“테방법에 삼성‧LG 어쩌나”

고발뉴스는 아이폰의 기능 추가를 테러방지법 통과와 연관시키면서, 마치 아이폰을 사용하면 국정원의 감청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아이폰을 비롯해 스마트폰 대부분은 ’MDM (Mobile device management, 모바일 기기 관리)’이라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대개 국가기관이나 기업 등 커다란 단체에서 여러 대의 스마트폰을 한번에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사용하는 기능이다. MDM을 활성화한 상태로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주면 각 기업의 업무 프로그램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다든지, 회사 내에서 카메라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MDM의 기능 중에는 위치 추적 기능 또한 포함되어 있다. 위치 추적을 활성화하면 회사의 관리자가 직원들의 스마트폰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폰이 알림 메시지를 내보낸다는 것이 이번 기능 추가의 요지다.

이런 기능이 우리나라의 테러방지법이라든지 국정원과 하등 관련이 있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감시 여부 알림 기능은 MDM 서비스에 의해 감시당하는 상황에서만 동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나누어주는 스마트폰이 아닌 이상에야, 일반 사용자가 아이폰에서 이런 메시지를 볼 일은 전혀 없다.

아이폰 6 플러스 128GB 모델이 플래시 메모리의 결함으로 리콜될 것이라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Report warns Apple might be facing a huge iPhone 6 Plus recall

A report from Business Korea warns that Apple might be facing a huge potential iPhone 6 Plus recall, not because it bends — something that is a problem for many buyers, even though the company tried its best to minimize its seriousness — but because of a different kind of issue that might be affecting the 128GB iPhone 6 Plus model.

기사의 출처

BGR의 이 기사는 비즈니스코리아의 기사를 인용 보도한 것이다. 기사에 소개된 링크를 따라가면 비즈니스코리아의 보도 또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서 리콜에 관해 언급하는 부분은 단 한 줄밖에 없다.

Some in the industry think that if TLC flash is indeed the cause of the defects, Apple might recall all of the products that have been sold so far.

“Some in the industry”라는 표현은 우리나라 언론에서 많이 쓰이는 “업계 관계자는”이라는 표현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결국 익명의 출처를 이용하여 리콜설을 무책임하게 내보낸 것이다.

기사의 출처의 출처

비즈니스코리아의 보도는 아이폰 6 플러스 128GB 모델 관련 이슈에 대해 애플 인사이더를 출처로 들고 있다.

Apple Insider also reported on Oct. 23 that some owners have replaced their iPhone 6+ four times.

BusinessKorea답게 애플 인사이더를 출처로 들면서도 따로 링크를 달아놓지는 않았다. 다행히도 해당 기사를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정작 애플 인사이더의 보도에서는 리콜과 관련된 내용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기사의 출처의 출처의 출처

애플 인사이더의 기사는 무려 애플 지원 커뮤니티를 출처로 들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기 사는 단순히 “여러 아이폰 사용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다.”라는 것을 소개하는 내용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Multiple owners have reported identical crashing problems on Apple’s Support Communities forum, with one thread now standing at more than 9,000 views and 60 replies.

해당 글에는 아이폰 6 플러스 128GB 모델을 구입한 사람이 아이폰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글과, 무려 200개에 달하는 답글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리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긴 매한가지이다.

결국 아이폰 리콜설이 퍼져나간 과정은

  1. 애플 지원 커뮤니티에서 아이폰 6 플러스 128GB 모델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옴.
  2. 애플 인사이더가 이를 소개하며, 해당 모델 사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한다고 보도함.
  3. 비즈니스코리아가 애플 인사이더를 인용하며, ’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어 리콜설을 제기함.
  4. BGR이 비즈니스코리아를 인용하며, 아이폰 리콜설을 보도함.

의 순서로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즈니스코리아는 근거 없는 리콜설을 확산시키는 데에 혁혁한 공을 해냈다.

애플 전문 매체로 유명한 9to5Mac의 기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Today several news outlets picked up a story from BusinessKorea claiming the issue could be a result of malfunctioning NAND flash. The report cited sources that claimed Apple could have a potential recall on its hands, but we’ve confirmed with our sources that reports of a recall are completely false.

참고

‘MC몽 멸공의 횃불’ 뮤비 속 코트 가격 눈길…얼마길래?

MC몽의 컴백곡 멸공의 횃불이 화제인 가운데 그가 뮤직비디오에 입고 등장한 코트 가격에 네티즌들의 관심이 높다.

MC몽은 지난 3일 5년간의 공백을 깨고 ‘멸공의 횃불’ ‘내가 그리웠니’ 등이 수록된 앨범으로 컴백했다. 그러던 중 MC몽이 뮤직비디오에 입고 나온 코트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멸공의 횃불’은 MC몽의 컴백곡이 아니라 군가이다. MC몽의 병역 기피 논란과 관련하여 네티즌들이 ‘멸공의 횃불’, ‘이빨도 없는 것이’ 등 MC몽의 처지를 비꼬는 노래들을 음원 순위에 올리고 있는데, 기자가 이를 오해하고 성급히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확인 없이 인터넷 글만 보고 기사를 쓴 대표적인 사례이다.

↑ 해당 기사를 캡처한 화면

정보기술(IT)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매진한다고 주장하는 디지털타임스 김유정 기자의 짐바브웨에도 있는 ‘애플스토어’ 한국만 없는 이유…라는 기사이다.

불친절한 첫 문단

국내 아이폰6와 6플러스의 출시가 임박하며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단통법으로 냉각된 통신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고조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최소 투자로 일관하는 애플의 행적을 볼 때, 이같은 ’애플앓이’는 짝사랑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국내의 iOS 점유율은 기껏해야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맥 점유율은 1%를 넘을까 말까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폰 6 출시 소식에 ’애플앓이’라는 낱말을 사용하고 있다. 기사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고 핵심을 짚어야 할 기사의 첫 문단을 이런 식으로 낭비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26일 애플이 중국 시장에 애플 스토어를 확대 입점하겠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국내 소비자들은 불만을 표하고 있다.

출처를 정확히 명기하지 않는 국내 기자들의 나쁜 습관은 여기에서도 이어진다.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의 어떤 소비자가 이러한 불만을 표했는지에 대해서는 독자가 스스로 찾아보지 않고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존재하지 않는 ‘짐바브웨 애플스토어’

심지어 짐바브웨에도 애플스토어가 있다.

명백한 허위 사실을 기사에 써내기도 한다. 애플 리테일 스토어 목록에서 짐바브웨는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이러한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짐바브웨에도 있는 ‘애플스토어’ 한국만 없는 이유…”라는 기사 제목까지 붙였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업계 관계자’

업계 관계자는 “애플 본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하는 부서가 애플 스토어의 개설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출처 미상, 신원 미상의 ’업계 관계자’는 국내 언론이 다루는 단골 손님 중 하나이다. 만약 이 발언이 허위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그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게 되는 것이다.

그나마 찾아낸 곳도 경쟁사가 입점을 방해하기 위해 건물을 미리 사들이는 등 물밑 전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짐바브웨에도 있는 ‘애플스토어’ 한국만 없는 이유…”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기사는 대한민국에 애플스토어가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기사이다. 그런데 그 이유를 제공한 사람으로는 ’업계 관계자’를 들고 있고, (아마도) 신원 보호를 위해 익명의 소스를 사용했음에도 제대로 된 정보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대체 애플은 어느 장소를 찾아냈으며, 어느 경쟁사가 방해를 했는가? 마치 우리는 떡밥만 던질테니, 자세한 정보는 너희 독자들이 직접 찾아보라는 듯하다.

트위터를 베껴 쓴 기사

이 기사는 지난 6월에 화제가 되었던 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사는 제목에서부터 짐바브웨와 대한민국을 적극적으로 비교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트윗 또한 한국 바로 위에 짐바브웨를 놓고 있다. 표의 맥락을 살펴보았을 때, 미국, 호주, 중국, 일본 순으로 내려가며 애플스토어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결국 애플스토어가 없는 두 국가는 짐바브웨와 한국만 남는다. 그마저도 둘을 비교하면 한국보다 짐바브웨가 애플의 서비스 지원을 훨씬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기사는 “짐바브웨에도 있는 ‘애플스토어’”라는 황당한 제목을 달고 나왔다. 결국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면서 표를 오독한 것이다.

기사의 “애플은 앱스토어와 음악, TV, 영화, 책, 아이튠스 매치, 아이튠스 라디오, 분실기기 위치추적 등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라는 구절에 이르면 기자가 이 표를 참고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해진다. 표에 있는 항목들의 순서를 그대로 베껴 왔기 때문이다. 곧이어 기사는 “일본에선 음악, 영화, 책 등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며 일본을 언급했는데, 이마저도 표에 있는 내용이다.


이 기사는 요즘 인터넷 기사의 각종 문제점을 총망라한 기사로 평가받아도 좋을 듯하다. 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다음의 총 5가지이다.

  1. 기사의 첫 문단을 핵심 내용과 전혀 상관 없는 내용으로 낭비하고 있다.
  2. 출처를 표시하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있다.
  3. 존재하지도 않는 짐바브웨 애플스토어를 만들어내고, 이를 가지고 자극적인 제목을 만들어냈다.
  4. 신원 미상의 ’업계 관계자’를 기사의 주요 출처로 활용하고 있다.
  5. 트위터리안의 자료를 가지고 기사를 써냈으며, 이를 오독한 것은 물론 참고 자료로 명시하지도 않았다.

국민일보에 “카톡 살리려고 알바 풀었니?” 한글날 신조어 ‘다르바’ 유감… 페북지기 초이스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한글날인데 뜬금없이 잘못 쓴 글 ‘다르바’가 인터넷 신조어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해괴망측한 이 엉터리 글을 놓고 네티즌들이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9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이는 오늘의유머, 뽐뿌, 클리앙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카카오가 여론 조작을 시도한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나온 기사입니다. ‘강남스타일’, ‘피닉제’, ’몽즙’처럼 별 의미 없는 일반명사로 된 트위터 계정이 일제히 같은 내용의 트윗을 내보냈는데, ’다를 바 없다’를 ’다르바 없다’라고 잘못 쓴 것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텔레그램 설치했다. 딱 두명 잡힌다. 카톡엔 친구가 넘쳐 나지만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라 텔레그램과 다르바 없다. 이것은 망명은 했는데 낯선 나라에 혼자 밀려와 길거리를 방황 하는것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이것이 텔레그램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고의로 살포한 일종의 여론 조작 시도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국민일보의 기사 또한 그러한 반응을 충실히 반영하여 옮기고 있습니다.

즉, ‘누군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알바를 풀어 같은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르바’ 트윗의 진상

트위터에 해당 내용을 검색해보면 총 12개의 트윗이 자동으로 생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검색 결과는 그보다 조금 더 많지만, 트윗 말미에 링크가 없는 트윗은 실제 사람이 사용하는 계정이 패러디를 위해 내보냈거나, 공감을 표시하기 위해 인용한 트윗입니다. (그렇지 않은 트윗이 딱 하나 있는데, 글 말미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들 트윗은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당연하겠지만) 모두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 트윗 끝에 dlvr.it로 시작하는 링크가 달려 있습니다.
  3. 계정을 눌러 보면, 지금까지 내보낸 트윗 모두 끝에 dlvr.it으로 시작하는 링크가 달려 있습니다.

1로부터 우리는 이 트윗들이 실제 사람이 일일이 쓴 것이 아니라, 자동 트윗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내보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2와 3은 조금 더 흥미로운데, dlvr.it는 자신이 생산한 콘텐트를 소셜 미디어에 내보내는 서비스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동작하는 사이트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직접 가입해보았습니다.

가입하고 나니 Feed를 추가하라는 버튼이 생깁니다. 여기서 Start Feeding을 누르면…

본인의 블로그 주소와 내보낼 서비스를 선택하는 창이 보입니다. Free Services 목록에는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드인, 텀블러, 앱닷넷 버튼이 있습니다. 실험삼아 트위터 버튼을 눌러보니 다음과 같은 창이 뜹니다.

즉, 이 서비스는 본인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자동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올려 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의 트윗들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좀 더 명확해집니다.

  1. 블로그에 글이 하나 올라오고,
  2. dlvr.it이 자동으로 그 블로그의 새 글을 인식하여,
  3. 미리 연결해놓은 트윗 계정들이 해당 글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트윗의 소스가 되는 블로그 글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트윗에 있는 수많은 링크들은 모두 ggom.info라는 도메인을 쓰는 워드프레스 블로그의 어떤 글로 연결됩니다.

해당 블로그를 살펴보면,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인터넷 기사를 짜깁기해 내용을 조금 덧붙인 것들입니다. 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될 만한(=방문자 수를 높여줄 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은 dlvr.it를 통해 수많은 트위터 계정으로 연결되고, 블로그 링크와 함께 트윗으로 작성되어 무차별 살포되는 것입니다.


↑ pink, anokoko, ggomggomc라는 트윗 계정 모두 비슷한 시각에 동일한 내용의 글을 링크하는 트윗을 내보냈습니다. 실제로 트위터에 이들을 검색하여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트윗의 원본은 따로 있었다

트위터에 ’다르바 없다’를 검색한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dlvr.it이 없는 트윗이 간혹 보입니다. 앞에서 이들 트윗은 1) 패러디를 위한 트윗이거나 2) 공감을 표시하기 위한 인용이라고 한 바 있는데, 이 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트윗이 딱 하나 있습니다. 검색 결과 맨 밑에 나오는, 즉 가장 처음에 쓰여진 트윗이 바로 그것이죠.

이 트윗에는 dlvr.it이 없고, 계정을 클릭하여 확인해보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트윗은 해당 내용으로 작성된 최초의 트윗이자 원본 트윗입니다. 결국 ggom.info라는 도메인의 소유주는 이 트윗을 본인의 블로그에 복사-붙여넣기 한 뒤, 약간의 수정을 거쳐 글을 올리고, dlvr.it 서비스를 통해 홍보 트윗을 살포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여론 조작’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 트윗들은 과연 국정원이나 카카오 측에서 의도적으로 살포한 것일까요?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이같은 방식은 이미 2012년 대선 때 국정원에서 시도했다가 발각된 사례가 있습니다. 카카오톡 사찰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커지는 와중에, 이미 한번 시도했다가 발각된 방식으로 또다시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나도 큰 행동입니다.

게다가 문제의 블로그는 지난 8월부터 꾸준히 글을 올려왔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의 성격 등을 고려했을 때, 이는 국정원이나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ggom.info라는 도메인의 가치(클릭 수, 트래픽 수, 방문자 수 등)를 올리기 위한 작업의 일부로 보입니다. 이런 것, 혹은 이런 것의 좀 더 발전된 형태인 것이죠.

연합뉴스에 은밀히 주고받은 ‘스냅챗’ 메신저 사진 대량 유출…최소 20만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제목으로만 보기에는 스냅챗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인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기사의 첫 두 문장 또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비밀 메신저 ’스냅챗’을 통해 사용자들이 은밀하게 주고받은 사진 20만장 이상이 인터넷에 유출됐다.

이 중 상당수는 미성년자들이 찍은 자신 또는 애인의 사진으로, 신체 노출이 매우 심하다.

뉴스 기사의 가장 첫부분에는 기사 전체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요약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연합뉴스가 선정한 기사의 첫 문장은 “미국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비밀 메신저 ’스냅챗’을 통해 사용자들이 은밀하게 주고받은 사진 20만장 이상이 인터넷에 유출됐다.”입니다. 곧이어 기사는 사진들의 상당수가 미성년자가 찍은 것으로, 신체 노출이 매우 심하다면서 그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스냅챗 자체가 해킹당해서, 스냅챗을 사용하기만 해도 본인의 대화 기록이나 사진이 누군가에 의해 유출될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쉬운 내용입니다.

다행히도 연합뉴스는 기사 말미에 짤막하게 스냅챗 측의 해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냅챗의 공보 담당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보낸 사람 몰래 스냅챗 사진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드 파티 앱 때문에 유출이 일어난 것이고 스냅챗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용자 보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서드 파티 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이용 약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명을 전혀 담지 않은 YTN의 기사보다는 훨씬 낫지만, 제목과 기사 초반부를 통해 스냅챗이라는 메신저 자체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했던 것과는 달리, 스냅챗 측의 해명은 상당히 낮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로써 스냅챗의 해명은, 마치 당장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얕은 술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겨레, 동아일보 등 다른 매체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기사를 써냈습니다. 제목이나 내용을 보건대, 연합뉴스의 기사를 그대로 받아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의 출처

연합뉴스의 기사를 잘 살펴보면,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사가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 퍼온 기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일(미국 태평양 일광절약시간)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드에 따르면 스냅챗을 통해 전달된 사진 수십만장이 전날 밤 인터넷 게시판 ‘4챈’(4chan)을 통해 유출됐다.

스스로 쓴 기사가 아니라 다른 매체의 기사를 인용 보도한 것임에도, 그 출처를 밝히는 데에는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물며 논문 레퍼런스를 작성할 때에도 인용한 부분이 들어있는 책의 제목과 페이지 번호, 웹사이트의 경우 해당 사이트의 정확한 주소를 밝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은 이를 통해 작성자가 참고한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글의 신뢰성 또한 제고됩니다. 하지만 연합뉴스의 기사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드에 따르면’이라는 구절로 출처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독자들은 기사의 출처를 직접 찾아나서야만 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올라온 스냅챗 사진 유출 관련 기사를 구글에 검색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10월 13일 확인)

이 사건과 관련된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는 Snapchat: If Your Nude Snapchat Photos Get Leaked, It’s Not Our FaultHackers Access At Least 100,000 Snapchat Photos And Prepare To Leak Them, Including Underage Nude Pictures, 총 두 개입니다. 연합뉴스와는 달리 스냅챗 측의 입장을 별도의 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기사는 밑에 있는 두 번째 기사를 원본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링크를 달아 놓았으면 클릭 한 번으로 족했을 일을, 직접 구글 검색까지 해가면서 기사의 출처를 손수 찾아나서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독자가 떠맡았습니다.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하이퍼링크의 도입입니다. 하이퍼링크를 사용하면 독자들은 손쉽게 다른 글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출처를 표기하는 데에 사용하면 작성자와 독자 모두의 입장에서 매우 편리합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이상하게도 하이퍼링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의 글을 인용할 경우 출처를 표기하는 문화가 국내 언론에도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로부터 배울 점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는 한눈에 보아도 연합뉴스에 비해 그 양이나 질 면에서 풍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용 보도를 하면서 내용이 크게 줄어든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사건의 진짜 진상을 밝히려 노력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보도 태도에는 연합뉴스 기자가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는 두 번째 문단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A third-party Snapchat client app has been collecting every single photo and video file sent through it for years, giving hackers access to a 13GB library of Snapchats that users thought had been deleted.

즉, 스냅챗 자체 앱이 아닌, 스냅챗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다른 제작자의 앱이 메시지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수년 간 수집해왔으며, 해커들이 이를 획득했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된 ’다른 제작자의 앱’이 무엇인지 또한 밝히고 있습니다.

One news report suggests the hacked third-party Snapchat client was Snapsave. The popular Android app allowed users to keep Snapchat photos and videos, which automatically delete when viewed through the official Snapchat app.

In a statement to Engadget, Snapsave developer Georgie Casey denied his app was to blame, saying “Our app had nothing to do with it and we’ve never logged username/passwords.” He also denied that Snapsave stores photos online. This means that the hacked Snapchat client was probably a website, rather than an app.

An anonymous photo trader contacted Business Insider to tell us that the site affected was SnapSaved.com. The service acted as a web client for the Snapchat app that allowed users to receive photos and videos, and save them online.

먼저 Snapsave라는 안드로이드 앱이 해킹 공격에 노출된 것이라는 기사를 소개하고, 바로 뒤에 해당 앱 개발자의 해명을 담은 기사를 같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링크가 걸려 있어서, 클릭 한 번으로 해당 내용을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는 없어진 SnapSaved.com의 과거 모습이나, 이와 관련된 4chan의 댓글, 마지막으로는 스냅챗 측의 해명에 이르기까지 그 출처와 함께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해당 사건에 대해 넓은 혜안을 갖도록 합니다. 이로써 연합뉴스가 고쳐야 할 점은 다음의 두 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다른 기사를 인용할 때에는, 링크를 통해 출처를 달 것.
  2. 독자가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사건에 대해 양측 입장을 동등히 보도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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