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에 “카톡 살리려고 알바 풀었니?” 한글날 신조어 ‘다르바’ 유감… 페북지기 초이스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한글날인데 뜬금없이 잘못 쓴 글 ‘다르바’가 인터넷 신조어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해괴망측한 이 엉터리 글을 놓고 네티즌들이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일까요? 9일 페북지기 초이스입니다.

이는 오늘의유머, 뽐뿌, 클리앙 등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카카오가 여론 조작을 시도한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나온 기사입니다. ‘강남스타일’, ‘피닉제’, ’몽즙’처럼 별 의미 없는 일반명사로 된 트위터 계정이 일제히 같은 내용의 트윗을 내보냈는데, ’다를 바 없다’를 ’다르바 없다’라고 잘못 쓴 것입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텔레그램 설치했다. 딱 두명 잡힌다. 카톡엔 친구가 넘쳐 나지만 있으나 없으나 매한가지라 텔레그램과 다르바 없다. 이것은 망명은 했는데 낯선 나라에 혼자 밀려와 길거리를 방황 하는것과 다르지 않다.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는 이것이 텔레그램 열풍을 잠재우기 위해 고의로 살포한 일종의 여론 조작 시도라고 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국민일보의 기사 또한 그러한 반응을 충실히 반영하여 옮기고 있습니다.

즉, ‘누군가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알바를 풀어 같은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여론을 조작하려고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르바’ 트윗의 진상

트위터에 해당 내용을 검색해보면 총 12개의 트윗이 자동으로 생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검색 결과는 그보다 조금 더 많지만, 트윗 말미에 링크가 없는 트윗은 실제 사람이 사용하는 계정이 패러디를 위해 내보냈거나, 공감을 표시하기 위해 인용한 트윗입니다. (그렇지 않은 트윗이 딱 하나 있는데, 글 말미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들 트윗은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 (당연하겠지만) 모두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 트윗 끝에 dlvr.it로 시작하는 링크가 달려 있습니다.
  3. 계정을 눌러 보면, 지금까지 내보낸 트윗 모두 끝에 dlvr.it으로 시작하는 링크가 달려 있습니다.

1로부터 우리는 이 트윗들이 실제 사람이 일일이 쓴 것이 아니라, 자동 트윗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반복적으로 내보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2와 3은 조금 더 흥미로운데, dlvr.it는 자신이 생산한 콘텐트를 소셜 미디어에 내보내는 서비스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동작하는 사이트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직접 가입해보았습니다.

가입하고 나니 Feed를 추가하라는 버튼이 생깁니다. 여기서 Start Feeding을 누르면…

본인의 블로그 주소와 내보낼 서비스를 선택하는 창이 보입니다. Free Services 목록에는 왼쪽에서부터 차례로 트위터, 페이스북, 링크드인, 텀블러, 앱닷넷 버튼이 있습니다. 실험삼아 트위터 버튼을 눌러보니 다음과 같은 창이 뜹니다.

즉, 이 서비스는 본인의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을 자동으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에 올려 주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문제의 트윗들이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좀 더 명확해집니다.

  1. 블로그에 글이 하나 올라오고,
  2. dlvr.it이 자동으로 그 블로그의 새 글을 인식하여,
  3. 미리 연결해놓은 트윗 계정들이 해당 글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트윗의 소스가 되는 블로그 글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트윗에 있는 수많은 링크들은 모두 ggom.info라는 도메인을 쓰는 워드프레스 블로그의 어떤 글로 연결됩니다.

해당 블로그를 살펴보면, 올라오는 글 대부분이 인터넷 기사를 짜깁기해 내용을 조금 덧붙인 것들입니다. 주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될 만한(=방문자 수를 높여줄 만한)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은 dlvr.it를 통해 수많은 트위터 계정으로 연결되고, 블로그 링크와 함께 트윗으로 작성되어 무차별 살포되는 것입니다.


↑ pink, anokoko, ggomggomc라는 트윗 계정 모두 비슷한 시각에 동일한 내용의 글을 링크하는 트윗을 내보냈습니다. 실제로 트위터에 이들을 검색하여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트윗의 원본은 따로 있었다

트위터에 ’다르바 없다’를 검색한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면, dlvr.it이 없는 트윗이 간혹 보입니다. 앞에서 이들 트윗은 1) 패러디를 위한 트윗이거나 2) 공감을 표시하기 위한 인용이라고 한 바 있는데, 이 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트윗이 딱 하나 있습니다. 검색 결과 맨 밑에 나오는, 즉 가장 처음에 쓰여진 트윗이 바로 그것이죠.

이 트윗에는 dlvr.it이 없고, 계정을 클릭하여 확인해보면 지금까지도 지속적으로 활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이 트윗은 해당 내용으로 작성된 최초의 트윗이자 원본 트윗입니다. 결국 ggom.info라는 도메인의 소유주는 이 트윗을 본인의 블로그에 복사-붙여넣기 한 뒤, 약간의 수정을 거쳐 글을 올리고, dlvr.it 서비스를 통해 홍보 트윗을 살포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여론 조작’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이 트윗들은 과연 국정원이나 카카오 측에서 의도적으로 살포한 것일까요?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습니다. 이같은 방식은 이미 2012년 대선 때 국정원에서 시도했다가 발각된 사례가 있습니다. 카카오톡 사찰을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커지는 와중에, 이미 한번 시도했다가 발각된 방식으로 또다시 여론조작을 시도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나도 큰 행동입니다.

게다가 문제의 블로그는 지난 8월부터 꾸준히 글을 올려왔습니다. 블로그에 올라오는 글의 성격 등을 고려했을 때, 이는 국정원이나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단순히 ggom.info라는 도메인의 가치(클릭 수, 트래픽 수, 방문자 수 등)를 올리기 위한 작업의 일부로 보입니다. 이런 것, 혹은 이런 것의 좀 더 발전된 형태인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