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16일,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가 전공 과목의 수강신청을 제한한다는 이메일을 학생들에게 발송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19년 1학기 컴퓨터공학부에서 개설하는 수업의 수강반 제한 관련 안내 드립니다.

 

소프트웨어 실습실 사용 공간의 문제로 인하여, 부득이하게 아래의 교과목들은 현재 컴퓨터공학부 주전공 학생만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한되어 있습니다.

자유전공학부 주전공생/ 컴퓨터공학부 복수전공생/ 컴퓨터공학부 부전공생은 수강신청이 불가한 상황이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초안지 허용여부에 대해 학부 교수님들의 회의를 진행 후 1월 25일 이후에 컴퓨터공학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안내드릴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l  프로그래밍연습, 자료구조, 컴퓨터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개발의 원리와 실습, 시스템프로그래밍, 컴퓨터의 개념 및 실습(027 강좌): 컴퓨터공학부 주전공생만 수강신청 가능

최근 컴퓨터공학부는 경영학과, 경제학부에 뒤이어 복수전공생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학과가 되었다. 따라서 컴퓨터공학부 개설 교과목들의 수요가 공급을 훨씬 뛰어넘었고, 결국 컴퓨터공학부 소속 학생들에게 수강신청 우선권을 부여하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수강반을 제한한 과목 중에 전공 필수 과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위의 목록에 있는 6개의 과목 중 자료구조, 컴퓨터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개발의 원리와 실습, 시스템프로그래밍 총 4개 과목은 전공 필수 과목으로, 컴퓨터공학을 (주/복수/부)전공하는 학생이라면 컴퓨터공학부 소속 여부와 관계 없이 해당 과목을 이수해야만 졸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학생들이 전공 필수 과목을 이수하지 못하게 수강반을 제한했다.


2019년 1월 21일, 추가 공지가 내려왔다.

2019년 1학기 컴퓨터공학부에서 개설하는 소프트웨어 실습 교과목의 수강신청 관련하여 변경사항 안내 드립니다.

 

※ 소프트웨어 교과목: 프로그래밍연습, 자료구조, 컴퓨터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개발의 원리와 실습, 시스템프로그래밍, 컴퓨터의 개념 및 실습(027 강좌)

 

※ 수강대상 안내사항: <(수강신청 1~2일) 컴퓨터공학부 주전공만(자유전공학부 제외) 수강가능, (수강신청 3일차부터) 컴퓨터공학부 주전공(자유전공학부 포함) 및 제2전공생만 수강가능> 으로 변경

 

초안지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학부 교수님들의 회의를 진행 후 1월 25일 이후에 컴퓨터공학부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안내드릴 예정이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무언가 개선이 이루어진 것 같지만, 본질적으로는 바뀐 것이 없다. 수강신청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수강신청의 성패는 수강신청이 시작된 직후 1분 만에 결정된다. 컴퓨터공학부 소속 학생이 아니라면 수강신청이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나야 해당 과목들을 신청할 수 있다.


이번 2019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은 1월 24일에 시작되었다. 초안지[각주:1] 허용 여부는 1월 25일 이후에 결정된다고 하였으니, 학생들은 본인들의 초안지가 받아들여질지 아닐지를 전혀 모른 채로 수강신청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컴퓨터공학부는 초안지 승인 여부에 대하여 일관된 기준을 정하지 않고, 담당 교수의 재량에 따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2019년 1월 29일, 전공 필수 과목인 '컴퓨터프로그래밍'의 수강신청 정원이 증원되었다. 원래는 5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던 것이 100명으로 늘었다. 2월 현재 해당 과목은 100명 정원이 꽉 차서 더이상 신청할 수 없게 되었다.

같은 날, 전공 필수 과목인 '시스템프로그래밍'도 수강신청 정원이 함께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원래 50명이었던 것이 100명으로 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과목은 원래 화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8시 20분까지 실습을 진행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이번에 새롭게 신청하는 50명의 학생들은 8시 30분부터 밤 10시 20분까지 실습을 진행하게 되었다.


2019년 2월 현재 나머지 두 과목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나 추가적인 안내가 없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원리와 실습'은 마찬가지로 전공 필수 과목이나, 수강신청 인원 50명이 꽉 찬 상태로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다. '자료구조'의 경우 이번 학기에 수업이 두 개 열렸으나, 선호도가 높은 A 교수의 수업은 50명이 꽉 찬 채로 방치된 반면 선호도가 매우 낮은 B 교수의 수업은 50명 정원에 단 17명이 신청한 상태로 남아 있다.[각주:2]


이렇게 전공 필수 과목의 수강을 제한하고 졸업이 늦어지더라도 학부생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학생들은 학내 교직원들의 처우나 안위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고, 교과목 개설 및 수강신청 인원 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과목을 전공 필수로 지정해놓은 것은 해당 학문을 배우는 데에 있어서 그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인데, 단지 실습실 자리가 모자라고 교수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필요한 강좌를 수강하지 못하게 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조치라 보기 어렵다.

다음 학기부터는 이러한 상황이 변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번 학기에 이루어졌던 학교 측의 미숙한 대처를 이렇게나마 기록해 둔다.

  1. 수강신청 정원을 초과하더라도, 담당교수의 승인을 받아 해당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서류 [본문으로]
  2. B 교수는 외국인인 데에다 목소리가 매우 작고 발음이 알아듣기 어려워, 학생들 사이에서 "수업 듣기를 포기하고 혼자 공부하게 만드는 교수", "기피해야 하는 교수"로 정평이 나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