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하는 전단을 뿌린 팝아트 작가 ’이하’가 경찰에 체포당했습니다. 죄목은 ’현주건조물침입’으로, 다른 사람 소유의 건물 옥상에 무단으로 올라간 혐의가 적용되었습니다. 현주건조물침입이 적용된 사례는 이번 사건 이외에도 몇 가지가 있습니다.

  1. 아시안게임 선수촌 무단 침입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께 인천시 남동구 아시안게임 선수촌 식당에 무단 침입해 북한 유도 선수단을 향해 고성을 지른 혐의(현주건조물침입)로 A(5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2. 달성 아파트 공사장 타워크레인 올라 소동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이 아파트 건설현장에 일하는 인부로 술이 취한 상태에서 타워크레인에 올라가 “공사장에 외국인 불법체류자들이 많아 한국인들이 일할 자리가 없다”는 등의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B씨를 현주건조물 침입 혐의로 입건했다.

  3. MBC, 본사 조수경 기자 ‘무단침입’으로 고소

    MBC가 지난 7월 22일 조수경 미디어오늘 기자를 현주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영등포경찰서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

    조 기자는 MBC담당 출입기자로 지난 6월 24일 취재차 보도국장실을 방문했다가 형사고소를 당했다. 해당 고소 건은 현재 영등포경찰서에서 수사할 예정이다. 고소인은 주식회사 문화방송(MBC)이다. 이상훈 MBC 법무노무팀장은 고소사유에 대해 “조 기자가 무단으로 MBC에 들어왔다”고 짧게 밝혔다.

  4. 법원 “검찰청 현관 앞 집회도 ‘건조물 침입’”

    검찰청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현관 앞에서 집회를 개최했더라도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송각엽 판사는 서울중앙지검 청사 현관 앞에서 통합진보당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상 공동주거침입 등)로 기소된 신모씨(24) 등 9명에 대해 벌금 100만~300만원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1의 경우에는 선수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무단으로 침입하고는, 아무런 죄 없는 선수들에게 고성을 질렀으니 현주건조물침입이 적절합니다. 그러나 2, 3, 그리고 4의 경우에는 각각 노동자의 권리와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수단으로 현주건조물침입이 적용되었습니다. 이처럼 건조물 침입죄는 권력자에 대한 정당한 비판 및 의사 표현을 가로막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습니다.

건조물 침입죄와 관련된 또다른 사건으로는 초원복집 사건이 있습니다. 초원복집 사건은 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영삼 대통령을 지지하는 고위 관료들이 지역감정 조장 등을 모의한 사건입니다. 이들은 부산의 ’초원복집’이라는 음식점에서 정치공작을 모의했는데, 놀랍게도 그곳에는 김영삼 후보의 경쟁자였던 정주영 후보 측의 도청 장치가 놓여 있었습니다.

정주영 후보 측은 이들의 대화 내용을 도청하여 공개하였으나, 김영삼 후보 측은 언론 권력을 이용하여 정치 공작보다 오히려 도청의 불법성을 강조함으로써 선거에서 승리하였습니다. 선거가 끝난 뒤 정주영 후보 측은 불법 도청 등으로 처벌받았는데, 이 때 적용된 법률 중 하나가 주거침입죄입니다.

참고로 초원복집 사건에서 정치공작에 참여했던 인물 중 하나는 김기춘 당시 법무부 장관입니다. 그는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했으며, 김영삼 대통령 이후로 정치인으로서 승승장구하여 12년 간 국회의원직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에 박근혜 대통령은 놀랍게도 김기춘 전 장관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발탁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헌법을 만들고, 정치공작에 참여했던 사람을 비서로 두고 있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