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대법원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항공보안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항공보안법의 항로변경죄는 운항중인 항공기의 항로를 변경한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되어 있는데, 공중이 아닌 지상에서 운항중인 항공기를 탑승구로 복귀시킨 것은 '항로'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이 항로의 의미를 하늘길로 한정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1. 죄형법정주의

죄형법정주의에 따르면 범죄와 형벌은 법률로써 규정되어 있어야 하고, 이를 자의적으로 확대해석하여 처벌을 내리는 것은 금지된다. 이는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의 '항로' 또한 같은 원리가 적용되어야만 한다.

2. 사전적 정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항로를 '항공기가 통행하는 공로(空路)'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지상에서 운항중인 항공기를 탑승구로 복귀시킨 것은 항로를 변경한 것이 아니다.

3. 다른 법률과의 관계

구 항공법이 항공안전법으로 바뀌면서 '운항하려는 항로'를 '운항하려는 항공로'로 바꾼 기록이 남아 있다. 따라서 항로는 공중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4. 지상에서의 운항을 의미한다는 근거 미비

항공보안법의 전신인 구 항공기운항안전법의 법사위 회의록 및 항공기운항안전법 제정의 이유인 국제협약 3종(도쿄 협약, 헤이그 협약, 몬트리올 협약)의 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지상에서 운항하는 항공기의 경로를 변경하는 것을 처벌하려는 의도를 찾아볼 수 없다.


대법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위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후퇴시킬 수는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조 전 부사장은 항공보안법위반 부분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받았고, 다만 강요나 업무방해 등으로만 처벌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