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에어팟 후기

2016. 12. 24. 01:07

12월 20일에 에어팟을 수령했고, 사용한 지 고작 4일이 됐을 뿐이지만, 지금까지 사용하며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정리해봤다.


아이폰과의 연결이 매우 빠르고 안정적이다. 처음 상자를 개봉했을 때 케이스를 여는 것만으로 몇 초만에 연동이 끝났다. 이후 에어팟을 착용할 때마다 띠링 하는 소리가 나는데 이는 아이폰과 연결됐다는 신호이다. 대개 에어팟을 케이스에서 빼내 한 쪽 귀에 착용한 지 2~3초 이내로 이 신호음이 들렸고, 연결이 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귀에서 잘 빠지지 않는다. 선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귀에다 걸치기만 하기 때문에 걸어다니기만 해도 잘 빠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선이 달린 이어폰을 사용하다가 나 또는 타인의 팔에 선이 걸려 이어폰이 떨어졌던 것에 비해 에어팟이 훨씬 낫다. 정말로 걱정해야 할 것은 귀에서 에어팟이 빠지는 것보다 에어팟을 손에서 놓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에어팟을 사용하면서 단 한 번도 귀에서 빠진 적은 없지만,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놓친 적은 몇 번 있었다.

더블 탭 기능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에어팟 사용 첫날 오른쪽 기기를 가볍게 두번 두드렸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어 당황했다. 이후 왼쪽 기기를 두드려보기도 하고, 몇 번을 반복해서 두드려봤는 데에도 마찬가지였다. 불량품을 받았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더블 탭으로 시리를 불러오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예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세게, 약간은 스스로 불쾌할 정도로 강하게 기기를 두드려야 시리가 실행된다. 3D 터치처럼 감도를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설정을 뒤져봐도 그런 메뉴는 없었다.

센서를 활용한 자동 재생/중단 기능이 매우 편리하다. 에어팟을 귀에서 빼면 노래가 자동으로 정지되고, 다시 끼우면 노래도 다시 재생된다. 약간은 놀랄 정도로 상당히 빠르고 정확하게 동작하며, 이어팟을 비롯한 기존의 많은 이어폰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쪽만 뺐다 끼우면 다시 재생되고, 두 쪽을 모두 빼면 아예 정지되는 것도 굉장히 잘 설계된 부분이다.

애플 기기가 아니어도 잘 작동한다. 간혹 맥북프로에 윈도우 10을 설치해 부트캠프로 부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상태에서 연동을 시도하니 잘 작동했다. 다만 상기한 근접 센서 관련 기능(자동 재생 및 중단)은 작동하지 않고, 당연하겠지만 시리를 불러오는 것도 불가능하다. 아마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예상된다.

소리는 이어팟과 비슷하다. 전형적인 저음 강조형 이어폰이며, 노래를 틀었을 때 베이스나 드럼이 쿵쿵 하고 울리는 소리가 난다. 솔직히 말해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한다면 에어팟과 이어팟을 구별하지 못할 것 같다.

맥과의 연동은 실망스럽다. 일단 아이폰에 연결해 놓으면 맥에서도 스피커 목록에 에어팟이 뜨기는 하는데, 자동으로 연결되지 않고 목록에서 에어팟을 선택해야 한다. 연결된 뒤 아이튠즈 음악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틀면, 아이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엄청난 크기의 화이트노이즈가 들린다. 또한 동영상을 볼 때 소리와 영상 간 싱크가 맞지 않는 경우도 간혹 발생한다. 맥에서 에어팟을 사용하다가 아이폰으로 돌아가려면 컨트롤 센터를 열어 재생 기기 목록에서 에어팟을 다시 선택해 주어야 한다. 여러모로 맥에서 에어팟을 이용하는 것은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