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 해외 사이트 때문에 인터넷 전반이 떠들썩했던 날이었다. 이명박의 별명인 “쥐박이”를 연상시키는 mouse-box.com이라는 사이트가 차단됐다는 것이다. 스포츠경향의 기사를 인용하자면 자초지종은 이렇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한국의 규제 클래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컴퓨터 관련 소품인 마우스 제조 판매 업체인 ‘마우스 박스’ 관계자는 자신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우리는 오늘 mouse-box.com이 한국 정부에 의해 차단되어 한국 독자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왜’냐고 질문하고 싶다”고 적었다.
이 업체의 사이트 주소를 입력하면 ‘KCSC 불법·유해 사이트 차단 안내’ 라는 화면이 뜬다. 또 해당 사이트로 이동하는 대신 안보위해행위, 도박, 음란, 불법 의약품 판매, 불법 식품 판매 및 허위 과대광고, 불법 화장품 판매 및 허위과대광고, 불법 의류기기 판매, 불법 마약류 매매, 불법 체육진흥투표권 판매, 불법 마원 구매대행, 상표권, 저작권 침해 등의 사이트 차단 이유가 적혀있다.
이에 누리꾼은 “남한인가? 북한인가?” 라는 댓글을 남겼고, 한 한국인 누리꾼은 이 글 아래 “부끄럽지만 북한이 아닌 남한”이라며 “제 추측에 마우스 박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경멸하는 용어(쥐박)로 들리기 때문에 귀사의 사이트가 차단된 것 같다”며 “합리적인 규제에서 거리가 멀다고 느껴진다면 KCSC에게 법적 조취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출처: sports.khan.co.kr)
이같은 소식이 퍼지자 사람들은 말 그대로 “분노했다”. 네이버의 기사뿐만 아니라 뽐뿌, 오늘의유머 등 수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러한 규제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유해사이트 차단사유 항목들1. 포르노 사이트2. 친북, 친일 사이트3. 폭력적, 혐오적 내용을 담은 사이트4. 자살 방조, 교사 사이트5. 테러단체 사이트인데 이것중 어느것에도 해당되지 않습니다.차단사유를 비공개로 한게 이해간다..
제발 지려서 차단한것좀 봐라.
이명박근혜OOO잘챙겨먹어라[1]
(출처: news.naver.com)
사이트 이름이 쥐박이네 .. 니네 차단 (방통위인지 사이버경찰인지 )
ㅅㅂ북한이랑 다를게 뭐냐
(출처: ppomppu.co.kr)
진짜 미친나라임…민주주의는 개나줘버려
쥐박이 욕하는 사이트인줄 막은듯. 밥통같은 방통위…
(출처: slrclub.com)
우리가 80년대를 안타까워하듯 미래의 사람들도 지금시대를 안타까워하는날이 오겠죠?
벼라별 말도 안되는게 다 차단이네 허울뿐이고 더러운 it강국 -_-
(출처: todayhumor.co.kr)
이 회사 홈페이지가 http://www.mouse-box.com 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 홈페이지, warning.or.kr 의 마수에 걸려 접속이 불가능 합니다.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회사 이름이 ’쥐박’이라서 막힌듯.
(출처: battlepage.com)
사스가 이명박끄네!!
쥐박인거 인정인가 ㅋㅋ *
(출처: clien.net)
하지만 채 하루도 되지 않아 이는 전혀 사실 무근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힌 기사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전화해보니, 마우스박스 홈페이지를 차단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불법정보팀’이었습니다.
“해당 웹사이트는 2012년 7월5일 날짜로 차단 결정이 됐습니다. 2012년 6월6일 스포츠토토에서 불법 스포츠베팅 도박 사이트라고 신고가 들어왔기 때문이고요. 당시에는 실제로 불법 스포츠배팅 도박 사이트였습니다. 실제 채증한 자료도 있고요.”
2012년 6월 스포츠토토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를 합니다. 마우스박스 사이트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라고 말이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실제 웹사이트를 방문한 결과 불법 도박 사이트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후 7월 차단 조치가 내려지게 됩니다.
(출처: bloter.net)
지금까지의 반응에 비하면 다소 심심하고 황당한 결말이다. 사이트 이름이 “쥐박이”를 연상시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이트가 차단된 것이라 섣불리 예단하고, 이명박과 정부에 대한 비난, 심지어는 민주주의의 죽음을 언급하던 댓글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 인터넷 이용자의 대부분은 진실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들이 한 것이라고는 단지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실까지 확대・재생산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집단 지성” 같은 것은 그리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2]
인터넷에 나도는 유언비어의 진실을 밝히지는 못할 망정, 도리어 이를 무비판적으로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의 역할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스스로 취재하여 진실을 밝혀낸 곳은 블로터가 유일하다. 맨 앞에서 인용했던 스포츠경향은 단순한 네티즌의 추측을 인용함으로써 잘못된 사실을 마치 맞는 말인 양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