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은밀히 주고받은 ‘스냅챗’ 메신저 사진 대량 유출…최소 20만장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제목으로만 보기에는 스냅챗을 사용하는 것이 상당히 위험한 행동인 것처럼 보입니다. 실제로 기사의 첫 두 문장 또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비밀 메신저 ’스냅챗’을 통해 사용자들이 은밀하게 주고받은 사진 20만장 이상이 인터넷에 유출됐다.

이 중 상당수는 미성년자들이 찍은 자신 또는 애인의 사진으로, 신체 노출이 매우 심하다.

뉴스 기사의 가장 첫부분에는 기사 전체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요약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합니다. 연합뉴스가 선정한 기사의 첫 문장은 “미국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있는 비밀 메신저 ’스냅챗’을 통해 사용자들이 은밀하게 주고받은 사진 20만장 이상이 인터넷에 유출됐다.”입니다. 곧이어 기사는 사진들의 상당수가 미성년자가 찍은 것으로, 신체 노출이 매우 심하다면서 그 심각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스냅챗 자체가 해킹당해서, 스냅챗을 사용하기만 해도 본인의 대화 기록이나 사진이 누군가에 의해 유출될 수 있다고 오해하기 쉬운 내용입니다.

다행히도 연합뉴스는 기사 말미에 짤막하게 스냅챗 측의 해명을 다루고 있습니다.

스냅챗의 공보 담당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메시지를 받은 사람이 보낸 사람 몰래 스냅챗 사진을 저장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서드 파티 앱 때문에 유출이 일어난 것이고 스냅챗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사용자 보안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이런 서드 파티 앱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이용 약관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명을 전혀 담지 않은 YTN의 기사보다는 훨씬 낫지만, 제목과 기사 초반부를 통해 스냅챗이라는 메신저 자체에 대한 위기감을 조성했던 것과는 달리, 스냅챗 측의 해명은 상당히 낮은 비중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로써 스냅챗의 해명은, 마치 당장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얕은 술수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겨레, 동아일보 등 다른 매체 또한 비슷한 방식으로 기사를 써냈습니다. 제목이나 내용을 보건대, 연합뉴스의 기사를 그대로 받아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의 출처

연합뉴스의 기사를 잘 살펴보면, 기자가 직접 취재한 기사가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 퍼온 기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0일(미국 태평양 일광절약시간)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드에 따르면 스냅챗을 통해 전달된 사진 수십만장이 전날 밤 인터넷 게시판 ‘4챈’(4chan)을 통해 유출됐다.

스스로 쓴 기사가 아니라 다른 매체의 기사를 인용 보도한 것임에도, 그 출처를 밝히는 데에는 매우 인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물며 논문 레퍼런스를 작성할 때에도 인용한 부분이 들어있는 책의 제목과 페이지 번호, 웹사이트의 경우 해당 사이트의 정확한 주소를 밝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글을 읽는 사람은 이를 통해 작성자가 참고한 부분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글의 신뢰성 또한 제고됩니다. 하지만 연합뉴스의 기사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미국의 정보기술(IT)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드에 따르면’이라는 구절로 출처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독자들은 기사의 출처를 직접 찾아나서야만 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올라온 스냅챗 사진 유출 관련 기사를 구글에 검색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10월 13일 확인)

이 사건과 관련된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는 Snapchat: If Your Nude Snapchat Photos Get Leaked, It’s Not Our FaultHackers Access At Least 100,000 Snapchat Photos And Prepare To Leak Them, Including Underage Nude Pictures, 총 두 개입니다. 연합뉴스와는 달리 스냅챗 측의 입장을 별도의 기사로 다루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의 기사는 밑에 있는 두 번째 기사를 원본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링크를 달아 놓았으면 클릭 한 번으로 족했을 일을, 직접 구글 검색까지 해가면서 기사의 출처를 손수 찾아나서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독자가 떠맡았습니다.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하이퍼링크의 도입입니다. 하이퍼링크를 사용하면 독자들은 손쉽게 다른 글로 이동할 수 있으며, 이를 출처를 표기하는 데에 사용하면 작성자와 독자 모두의 입장에서 매우 편리합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은 이상하게도 하이퍼링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언론의 글을 인용할 경우 출처를 표기하는 문화가 국내 언론에도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로부터 배울 점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는 한눈에 보아도 연합뉴스에 비해 그 양이나 질 면에서 풍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용 보도를 하면서 내용이 크게 줄어든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사건의 진짜 진상을 밝히려 노력하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보도 태도에는 연합뉴스 기자가 배워야 할 점이 많습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기사는 두 번째 문단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A third-party Snapchat client app has been collecting every single photo and video file sent through it for years, giving hackers access to a 13GB library of Snapchats that users thought had been deleted.

즉, 스냅챗 자체 앱이 아닌, 스냅챗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다른 제작자의 앱이 메시지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수년 간 수집해왔으며, 해커들이 이를 획득했다는 것입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된 ’다른 제작자의 앱’이 무엇인지 또한 밝히고 있습니다.

One news report suggests the hacked third-party Snapchat client was Snapsave. The popular Android app allowed users to keep Snapchat photos and videos, which automatically delete when viewed through the official Snapchat app.

In a statement to Engadget, Snapsave developer Georgie Casey denied his app was to blame, saying “Our app had nothing to do with it and we’ve never logged username/passwords.” He also denied that Snapsave stores photos online. This means that the hacked Snapchat client was probably a website, rather than an app.

An anonymous photo trader contacted Business Insider to tell us that the site affected was SnapSaved.com. The service acted as a web client for the Snapchat app that allowed users to receive photos and videos, and save them online.

먼저 Snapsave라는 안드로이드 앱이 해킹 공격에 노출된 것이라는 기사를 소개하고, 바로 뒤에 해당 앱 개발자의 해명을 담은 기사를 같은 분량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사에는 링크가 걸려 있어서, 클릭 한 번으로 해당 내용을 즉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는 없어진 SnapSaved.com의 과거 모습이나, 이와 관련된 4chan의 댓글, 마지막으로는 스냅챗 측의 해명에 이르기까지 그 출처와 함께 제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해당 사건에 대해 넓은 혜안을 갖도록 합니다. 이로써 연합뉴스가 고쳐야 할 점은 다음의 두 가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 다른 기사를 인용할 때에는, 링크를 통해 출처를 달 것.
  2. 독자가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도록, 사건에 대해 양측 입장을 동등히 보도할 것.